이 름   신진범 작성일   2010/01/27 조회수   1929
    [신간안내] 연애소설 영미편[오정화 외]


연애소설 영미편
나다니엘 호손 · 도리스 레싱 외 지음, 오정화, 장옥경, 이소영 옮김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2010. 1. 22. | 신국판 | 296면 | 12,000원
ISBN 978-89-7300-863-6 04800 ISBN 978-89-7300-862-9(세트)


▣ 책 소개

2004년에 출간된 『연애소설: 한국편』(김미현 엮음)에 이은 <연애소설>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영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12인의 사랑에 대한 소설과 글을 모았다.
『연애소설: 한국편』과 마찬가지로 주제를 기쁨(연宴), 슬픔(애哀) , 소외(소疎), 담론(설說) 의 네 가지로 나누어, 프랜시스 베이컨, 나다니엘 호손, 버지니아 울프, F. 스콧 피츠제럴드, 도리스 레싱 등 16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기를 어우르는 저명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써, 그동안 사랑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영국과 미국, 여성과 남성 작가들이 그리고 있는 사랑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또한 단편소설이 가진 압축된 이야기 전개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다채로운 필체로 쓰인 각각의 작가 특유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토머스 하디의 「서부지방 순회재판에서」, 케이트 쇼팬의 「폭풍우」,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겨울의 꿈」등과 같이 국내에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 중에서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으면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글들을 주로 수록했다. 특히「겨울의 꿈」은「위대한 개츠비」의 습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 주제와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이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메이 싱클레어의「밤비노」와 같이 한글 번역본으로 많이 소개가 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선별하여 싣고자 했다.


▣ 수록 작품별 내용

‘연宴’이라는 제목 아래 모은 이야기들은 삶에 희망을 주는 동력으로서 사랑을 조명하고 있다. 19세기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케이트 쇼팬의 「폭풍우」에서는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삶에 빠져 있던 여주인공이 폭풍우와 함께 찾아온 옛 애인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다. 이디스 와튼의 「로마의 열병」에서는 처녀 시절 친구였던 두 여인이 어느 날 로마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서로가 얽혀 있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은 각자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그에 따라 서로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아왔는지가 잘 나타난다. 토머스 하디의「서부지방 순회재판에서」는 한 젊은 변호사가 별 뜻 없이 시작한 사랑의 유희로 인해 자신에게 족쇄를 채우게 되는 과정 속에 이러한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가해자와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오히려 그 사랑에 감사하고 그녀를 용서하게 된다. 이 세 편의 이야기에서 사랑의 기쁨은 찰나와 같고 덧없어 보이지만 그 순간의 농도 짙은 기쁨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거나 사람의 내면을 변화시켜 결국 삶 자체를 바꾸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완전할 수도 영원할 수도 없어서 사람들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영원하지 않은 사랑에 슬퍼하고 아파한다. ‘애哀’라는 제목으로 엮은 세 편의 이야기 중에서 나다니엘 호손의「라파치니의 딸」은 최초의 낙원과 같은 원초적인 세계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사랑으로 창조한 에덴동산과는 달리 과학자 라파치니의 야심과 이기심으로 ‘창조된’ 정원에서 그의 딸 베아트리체와 지오바니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는 미국 남부의 한때 권위 있었던 가문의 딸로 태어나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왜곡된 인생을 살아온 에밀리라는 여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전통과 관습, 신분 등 명분에 대한 집착으로 고립 속에서 사랑에 매달렸던 에밀리의 삶이 어떻게 비극으로 치닫는지를 잘 보여준다. 메이 싱클레어의 「밤비노」는 미모의 여주인공이 자신이 가진 약점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름으로써 가정생활이 파탄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환상 속의 사랑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이미 잃어버렸으나 인식하기를 외면하고 있는, 그러나 조만간 인식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상실이 긴 여운을 남긴다.

‘소疎’의 제목 아래에 있는 세 편의 소설은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나 사회와 문화의 억압적 힘 앞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버지니아 울프의 「유산」은 중견 정치가의 아내로서 그 위치에 상응하는 사회생활을 수행해주는 것에만 만족하는 남편의 이기적인 남성성 앞에 점점 고독을 느끼며 자아를 찾아가는 아내의 순례를 따라간다. 현실을 자신의 눈으로만 보는 것에 익숙한 남편은 그에게 ‘유산’으로 남겨진 아내의 일기장을 읽으며 비로소 진실을 들여다보게 된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역시 외면적으로는 너무나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한 부부가 실은 내면적으로 서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잘 나타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해왔던 여주인공이 어머니와 아내라는 존재로서만이 아닌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철저한 고독과 무기력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잃고 좌절해가는 모습이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겨울의 꿈」은 사랑하는 대상의 이기적 욕망으로 인해 사랑의 꿈이 얼어붙고 꽃피지 못한 채 좌절되는 모습을 그린다. 신분적 · 경제적 차이 속에서 사랑의 대상을 그 사람 자체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았을 경우 평등과 존중에 기초한 결합이 일어나기보다는 오히려 숭배와 왜곡을 통해 멀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說’ 부분에서는 사랑에 대한 영미의 담론을 실은 세 편의 글을 통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의 변화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사랑에 대하여」에서는 사랑에 대해 사람을 나약하거나 어리석게 만드는 힘으로 다소 폄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바르게 분출되었을 때 이는 가장 창조적인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고 했다. D. H. 로렌스의 「사랑」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에는 각자가 열정으로 하나가 되는 성스러운 사랑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또한 자신의 고유한 독립적 존재를 확인하는 세속적 사랑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이성애를 찬양한다. 크리스토퍼 래쉬의 「사랑의 미스터리」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남녀 간의 사랑을 분석한 진 핵스트럼의 글을 논평하는 형식을 통해 현대인의 사랑관을 평가한다. 이 글에서는 남녀 간의 끌림이라는, 이성으로 통제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은 미스터리 같아서 불안한 것보다는 안전한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은 사랑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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